갑자기 밀라노는 여름이 되어가고 있어요. 3월 말까지는 바람이 많이 불다가, 4월 초 갑자기 온도가 급등하면서 한낮에는 모두들 반팔을 입고 다는 중이에요. 하지만 다음 주 비가 오면서 고온 증상은 살짝 꺾인다고 해요. 비가 그치면 바로 밀라노 여행의 최적 시기가 찾아와요. 밀라노 포함 이탈리아를 여행하기엔 5월, 10월이 가장 좋지만 성수기 직전인 4월 부터도 비만 잘 피하면 추천할만한 시기에요. 특히 4월의 밀라노에는 정말 큰 이벤트가 있기 때문인데요.
2월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밀라노는 다시 조용해졌다가 4월 말 또 한 번 글로벌한 관심을 받고 있어요.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축제, 밀라노 디자인위크가 4월 20일부터 시작 될 예정이기 때문이에요. 매년 이 시기가 되면 밀라노 사람들 특유의 들뜬 기분이 거리에서 느껴지는 것 같아요. 날과 햇살도 너무 좋아지고, 평소엔 굳게 닫혀있던 예쁜 빌라 문이 열리고, 각종 브랜드가 골목 깊숙한 곳에 팝업 공간을 차리고, 아페리티보 자리가 어느 때보다 꽉 차는 그 타이밍이에요.
4월 말부터 5월 사이 밀라노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랄게요.
4월~5월 밀라노 현지인의 꿀팁 가이드 (날씨, 옷차림)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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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월 밀라노 날씨, 옷차림
사실 4월 밀라노 날씨는 변덕이 심해요. 낮엔 20도 가까이 올라가서 카페 야외 자리에 앉고 싶다가도,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면 한순간에 옷이 젖어버리거든요. 이탈리아 북부는 봄과 가을에 강수량이 꽤 많은 편이에요. 밀라노가 알프스 산맥과 포 강 평원 사이에 있어서 기후 특성상 비가 자주 내려요. 이번 주는 4월 초임에도 한낮이 27도까지 올라가는 이상고온현상이 나타났지만 여전히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해요.
기본적으로 4월은 비가 자주 와서 우산은 필수랍니다. 비가 온다고 실내에만 있기엔 이 도시에서 볼 것들이 너무 많고, 비 오는 밀라노 골목도 나름대로 분위기가 있어요.
기온은 아침저녁 10도 안팎, 낮에는 17~23도 정도라 얇은 니트나 재킷은 꼭 챙기세요. 특히 저녁에 나빌리 운하 쪽이나 야외에서 아페리티보를 즐길 예정이라면 체온 조절이 될 레이어링이 좋아요. 5월로 가면 날씨가 안정되기는 하지만 작년을 생각하면 5월 말이 엄청나게 더웠답니다. 밀라노 여행 일정을 조금 유연하게 잡을 수 있다면, 4월 말~5월 초가 가장 적기인 것 같아요.
2. 4월 밀라노 핵심, 디자인 위크(Fuori di Salone)


4월엔 또 밀라노의 가장 큰 행사중 하나인 디자인위크, 살로네 델 모빌레가 열려요. 26년 올해는 4월 21일부터 26일까지라고 해요. 세계 최대 규모의 가구·디자인 박람회로, 매년 전 세계 180여 개국에서 30만 명 이상이 찾아오는 이탈리아 최대 행사 중 하나예요. 메인 박람회는 밀라노 외곽 피에라 밀라노 전시장에서 열리는데, 사실 여행자 입장에서 더 재미있는 건 도시 전역에서 펼쳐지는 장외 전시, 푸오리살로네(Fuori salone)예요. 이 시기에 오신다면, 사람들이 붐비지만 꼭 가보시길 추천해요.
푸오리 살로네의 매력은 '장소' 자체에 있어요. 수백 년 된 궁전, 평소엔 일반에 공개되지 않던 역사적인 빌라, 숨겨진 안뜰과 교회들이 이 기간만큼은 쇼룸이자 전시 공간으로 바뀌어요. 밀라노에 살면서도 "아, 저 건물 안이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새삼 놀라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평소엔 절대 들어가 볼 수 없는 공간들이 개방되어요.
예를 들어 이번 올림픽 때 한국 코리아하우스로 쓰였던 빌라 네키 캄필리오(Villa Necchi Campiglio)는 1930년대 지어진 우아한 저택인데, 올림픽 덕분에 많은 분들이 처음 알게 됐죠. 이런 공간들이 디자인위크 기간에 여기저기서 등장해요. 브레라 디자인 지구(Brera Design District), 토르토나 디자인위크(Tortona Design Week), 포르타 베네치아 지구 등 동네별로 각기 다른 컨셉의 이벤트가 열리고, 브랜드마다 비어있던 궁전이나 교회 내부를 이용해 설치 미술이나 가구 컬렉션을 선보여요.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한국 브랜드들도 매년 이 기간에 밀라노 도심에서 대규모 전시를 열어요. 익숙한 브랜드가 이탈리아 고건축 공간 안에서 어떤 걸 보여주는지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해요. 입장이 무료인 이벤트가 대부분이라 어떤 공간이 열리는지만 미리 파악해두면, 디자인에 크게 관심 없는 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단, 디자인위크 기간에는 숙박비가 급등해서 평소의 2~3배까지 오르는 경우도 있으니까, 이 기간을 노린다면 숙박 예약은 최대한 일찍 서두르세요.
3. 5월 밀라노 날씨, 옷차림
디자인위크가 끝나는 4월 말 이후, 축제의 들뜸이 가라앉고, 날씨는 안정되고, 도시는 다시 제 리듬을 찾아요. 개인적으로 5월 초~중순의 밀라노가 일 년 중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기온은 20~25도로 걷기 딱 좋고, 낮이 길어져서 저녁 8시까지도 환해요.
이 시기에 꼭 가봐야 하는 곳이 있어요. 셈피오네 공원(Parco Sempione)이예요. 밀라노 스포르체스코 성 바로 뒤에 있는 이 공원은 5월이 되면 초록이 짙어지고, 산책하는 사람, 책 읽는 사람, 피크닉하는 가족들로 가득 차요. 밀라노 사람들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공간이에요. 두오모부터 스포르체스코 성까지 걸어서 이동하면서 이 공원을 지나는 루트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밀라노 산책 코스예요.
브레라 지구도 5월에 더 예뻐요. 노천 카페 테이블이 완전히 골목으로 나오고, 갤러리 앞에 작은 화분들이 늘어서는데, 그냥 걷기만 해도 좋아요. 특별히 어딜 가야겠다는 계획 없이, 이 동네를 두 시간 정도 어슬렁거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이랍니다. 밀라노가 의외로 골목이 예쁜 도시라는 걸 걸어다니면서 알게 되는 분들이 많아요.
나빌리 운하 지구는 저녁에 방문하길 추천해요. 이탈리아 아페리티보 문화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동네예요. 저녁 6~9시 사이에 바에서 스프리츠나 와인 한 잔을 시키면 뷔페식 안주가 따라 나오는데, 밀라노 물가에서 이보다 가성비 좋은 저녁은 없어요. 운하 옆 테이블에 앉아 노을 보면서 현지인들 틈에 섞여 진정한 여행의 즐거움을 느껴보시길 바라요.
4. 밀라노 시내 여행 코스
밀라노를 여행하는 지인들에게 늘 추천하는 여행코스도 소개해볼게요!
① 최후의 만찬 (예약필수)
먼저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Santa Maria delle Grazie) 성당에서 시작하는 걸 추천해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있는 곳으로, 최후의 만찬은 예약이 필수에요. 보통 분기 단위로 오픈을 하는데, 다음 오픈일을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니 여행계획이 정해지면 바로 예약하시길 추천해요.
② 카페 자코모에서 커피 한 잔
최후의 만찬을 보고 나서 두오모 방향으로 걸어오다 보면, 카페 자코모(Caffè Giacomo)를 만나실 수 있어요. 밀라노에서 오래된 카페 중 하나인데, 공간 자체가 클래식하고 우아해서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에스프레소와 크로아상을 즐기며 이탈리아식 아침을 체험하기 좋아요. 아침 에스프레소를 바에 서서 후딱 마시는 이탈리아식 커피 문화를 경험해 보시거나, 살짝 힘드시다면 자리에 앉아 쉬시며 마실 수도 있어요.
③ 두오모와 두오모 루프탑
밀라노 하면 두오모를 빼놓을 수 없죠. 1386년에 짓기 시작해서 무려 600년 가까이 걸려 완성된 대성당으로 흰 대리석 첨탑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외관은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오는 것 같아요. 내부도 들어가볼 만하지만, 루프탑(Terrazza del Duomo)은 꼭 가보시길 추천해요. 엘리베이터나 계단 중 편한 방법으로 선택해서 올라갈 수 있고, 가격은 동일해요. 옥상에서는 첨탑들 사이를 걸어다닐 수 있는데, 바로 옆에서 보는 고딕 장식의 디테일이 아래에서 보는 거랑은 또다른 느낌을 줘요. 별도 입장권 구매가 필요하니 이것도 미리 온라인으로 끊어두는 게 좋아요. 온라인 예매를 못하셨다면 2번 쟈코모 카페에 가기 전 매표소에 들러 다음 입장 가능 시간 현황을 먼저 보시는 것도 좋아요.
④ 브레라 미술관
두오모에서 걸어서 15분이면 브레라 지구와 브레라 미술관(Pinacoteca di Brera)에 갈 수 있어요. 나폴레옹이 만든 이탈리아 북부 최고 수준의 미술관으로 라파엘로, 카라바조, 만테냐 같은 엄청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요. 이름이 익숙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그냥 걸어다니면서 오디오 가이드를 듣거나, 그냥 유명 그림 위주로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공간이 멋져서 시간이 훌쩍 가요. 미술관이 위치한 브레라 지구 자체가 밀라노에서 제일 예쁜 동네 중 하나라, 미술관 안팎으로 산책 삼아 돌아보면 더 좋아요. 디자인위크 기간엔 브레라 골목 곳곳에 전시 이벤트도 열리니까, 운이 좋으면 골목 하나 들어갔다가 숨겨진 정원 속 전시를 만날 수도 있어요.
⑤ 스포르체스코 성과 셈피오네 공원

브레라에서 지하철을 타거나, 체력이 되신다면 걸어서 20분 정도 가면 밀라노 시민들의 쉼터 스포르체스코 성과 셈피오네 공원을 만날 수 있어요. 15세기에 밀라노를 지배했던 스포르차 가문이 지은 성으로, 지금은 여러 개의 박물관이 들어서 있어요. 성 자체가 워낙 웅장하고 규모가 커서 외부만 돌아봐도 충분히 볼 거리가 있어요. 미켈란젤로의 미완성 조각 론다니니의 피에타(Pietà Rondanini)가 이 안에 있는데, 관심 있는 분들은 꼭 들어가보세요. (26년 4월 현재는 내부 공사 중으로 입장이 불가한 상태에요)
이어서 성 뒤로 바로 이어지는 셈피오네 공원은 도심 한가운데 있는 큰 공원으로 날이 좋을 때 모두들 나와 쉬어가는 곳이에요. 5월엔 초록이 짙어지고, 벤치마다 현지인들이 책을 읽거나 친구들이랑 수다를 떨고 있어요. 저도 햇살이 좋은 날이면 여기까지 걸어가서 잠시 쉬다가 오곤 해요.
⑥나빌리 운하에서 맥주 한 잔과 저녁 식사
하루의 마무리는 나빌리(Navigli) 운하 지구에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설계에 참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이 운하 양쪽으로 바와 오스테리아(소박한 이탈리아 식당), 피제리아들이 늘어서 있고, 6시쯤 부터 아페리티보 시간이 시작돼요. 스프리츠나 맥주 한 잔을 시키면 안주가 같이 나오는 문화가 있어서, 가볍게 마시면서 저녁을 때우는 것도 가능해요.
나빌리에서 저녁 식사를 제대로 하고 싶다면 오스테리아 쪽도 추천해요. 파스타나 리조또 한 접시에 와인 한 잔으로 밀라네제가 되어 저녁을 즐겨보시는 것도 좋아요. 여름이 가까워올수록 운하 옆 테라스 자리는 예약하지 않으면 앉기 힘들 때도 있으니까, 특정 식당을 마음에 뒀다면 미리 예약하시는 것도 팁이에요.
대부분 한국에서 입국 시 오가는 도시로 밀라노에 머무르지만, 생각보다 아름답고 할 것이 많은 도시에요. 여유가 된다면 2일 정도 머무르며 즐겨도 좋고 바쁘시더라도 하루 정도 온전히 밀라노라는 이탈리아의 대도시를 오롯이 즐겨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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